엠스 전보 사건 - 원문 번역
엠스 전보 사건에 대한 글은 인터넷에 많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1870년 7월, 국왕의 전보를 받은 비스마르크가 원문을 교묘히 편집해 언론에 발표함으로써 프랑스와 프러시아 양국 국민의 격분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전쟁을 유도한 사건이다. 근데 검색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도대체 전보 원문은 뭐였고 그걸 어떻게 바꿨기에 전쟁까지 일어났을까?
한글로 된 인터넷 문서 중에 이런 건 검색이 안 된다. 물론 전문 서적을 뒤져보면 찾을 수 있겠지만, 그저 가벼운 호기심만 갖고 있는 나같은 비전공자가 그런 수고까지 하긴 쉽지 않다. 혹시 이런 불만을 가진 사람이 더 있을까 해서 원문을 번역해 올리기로 했다. 정확히는 영문판 위키피디아에 있는 영어 번역문을 중역한 게 되겠다. 비전공자의 번역이니, 혹시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은 언제든 환영이다.
1. 프러시아 외교관 아베켄이 비스마르크에게 보낸 훈령
국왕 전하께서 저에게 써주신 말씀입니다.
베네데티 대사가 나의 산책길에 불쑥 나타나서 매우 끈질기게 요구 사항을 이야기했다. 호헨촐레른 가문이 다시 왕위 계승 후보가 되는 것에 절대로, 그리고 영구히 동의하지 않겠다고 내가 약속했다는 내용을 지금 당장 본국에 전보로 알릴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다. 이런 종류의 약속을 [영구히] 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에 나는 이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고, 대사는 파리와 마드리드를 통해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테니 나의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걸 분명히 알 거라고 대답했다.
[국왕께서는 대신의 조언에 따라] 위에 언급된 요구에 관해 베네데티 대사를 더 이상 접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전하께서는 현재 [레오폴드 공에게서] 이 문제에 관한 확인을 받았으며, 이는 베네데티 대사도 파리에서 이미 들은 것으로서 더 이상 추가할 말은 없다는 것을 부관을 통해 대사에게 전하게 하셨습니다.
전하께서는 베네데티 대사의 새로운 요구와, 이를 거부한 사실을 각하께서 우리 대사들과 언론에 공개해도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 비스마르크가 공개한 내용
프랑스 제국 정부가 호헨촐레른 왕자의 왕위 계승 포기 소식을 스페인 왕실 정부로부터 알게 된 뒤, 엠스 주재 프랑스 대사는 국왕 전하께 추가 요구를 해왔다. 호헨촐레른 가문이 다시 왕위 계승 후보가 되더라도 국왕 전하께서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전문을 자신이 파리로 보낼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다. 이에 대해 국왕 전하께서는 다시는 대사를 접견하지 않기로 하고, 전하께서 대사와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부관을 통해 대사에게 전달하셨다.
3. 프랑스어 번역
뉴스 통신사 아바스(Hanvas)의 프랑스어 번역은 대사의 요구를 질문으로 바꾸고, 독일어에서는 높은 계급의 참모를 의미하는 부관(Adjutant)을 번역하지 않고 프랑스어로 부사관이라고만 적었다. 다음날 대부분의 신문에는 이렇게 실렸다. 그 날은 7월 14일로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이었다(다만 1870년 당시는 아직 국경일이 아니었다). 대사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기 전에, 이같은 번역에 따라 프랑스 인들은 프러시아 왕이 자국 대사를 모욕했다고 믿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