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이야기

영국에서 대기업이 최저임금을 위반한다면?

술이부작 2016. 6. 13. 01:18

영국에서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대기업은 어떻게 될까?

 

스포츠다이렉트(Sports Direct)는 지난해 매출액 28억 파운드(약 4조 원), 순이익 2억 4천만 파운드(약 4천억 원)를 기록한 거대 스포츠용품 유통업체다. 영국 내 매장만 4백 개가 넘고, 해외 120여개 국에 매장 670여 개를 갖고 있다. FTSE 100 지수에도 포함된, 영국 내 업계 1위 기업이다.

 

 

Sports Direct

우스터의 스포츠다이렉트 매장 (c)geograph.org.uk

 

 

이 업체가 최저임금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디언> 기자가 스포츠다이렉트 물류창고에 잠입 취재해 폭로한 실태는 이랬다.

 

직원들은 퇴근 전에 몸수색을 받느라 줄을 서야 했고, 이 대기시간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 직원들은 1분만 지각해도 15분어치 임금을 깎였다.

 

영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6.70파운드(약 11,200원)이지만, 이런 수법 때문에 직원들의 실제 임금은 시간당 6.50파운드(약 10,900원)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시급 3백 원이 문제가 된 셈이다. 이 사안에 대해 영국 사회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의회가 청문회를 열었다. 마이크 애슐리 회장이 영국 하원 산업위원회(business, innovation and skills committee)에 소환됐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고, 애슐리 회장은 여러 차례 출석을 거부했다. 하지만 하원이 그에 대해 의회모독죄 적용 검토와 함께 애슐리 회장이 기업인으로 적합한 인물인지 투표를 하겠다고 나서자 결국 출석했다. 의회 답변에서 애슐리 회장은 벌금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인정하고, 그룹 수뇌부 교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Mike Ashley appeared at a parliamentary hearing on Tuesday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마이크 애슐리 회장 (c)skysports

 

 

국세청이 조사에 나섰다. 국세청 대변인은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받게 돼있는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사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직 국세청 최저임금 조사관의 말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고의 전문가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이 사건에 투입할 것이다. 조사관은 업체의 최근 6년간의 모든 내역을 조사할 수 있다. 스포츠다이렉트는 아마도 시범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에, 1999년 최저임금법 시행 이래 사상 최대규모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법 위반 업체는 노동자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체불액의 최대 2배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스포츠다이렉트의 체불액수는 대략 연 2백만 파운드(약 33억 5천만 원)가 될 것으로 <가디언> 취재진은 추정했다. 현재까지 영국의 최저임금 위반액 최대 기록은 170만 파운드(벌금 제외)이다.

 

애슐리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이사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조사로 보상을 받는 건 정규직 2백 명 정도로, 3천 명에 달하는 파견 노동자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 비하면 최저임금 위반에 초강경 대응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을 어긴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돼있다. 그러나 2014년의 사례를 보면 기소된 42건 가운데 그나마 절반은 벌금형, 26%는 선고유예였고,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The Guardian, Mike Ashley admits Sports Direct staff were not paid minimum wage(2016. 6. 7)를 요약 번역, 재구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