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야기
책임의 종류 - 용산참사와 검찰 수사
술이부작
2011. 8. 30. 21:39
(2009년 2월 6일에 썼던 글입니다.)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이 일어난 지 20일이 다 되어간다. 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작업만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검찰만 바라보고 있고, 유족들은 농성자들을 범죄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편파 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기관이다. 수사는 사건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그게 처벌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작업이다. 그러니 검찰의 역할은 행위자들이 형법적 책임을 져야 할만한 행동을 했는지 규명하는 데 그칠 수 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 검찰 수사가 그 범위를 넘어선다면 권한 남용이다.
이런 한계를 인정한다면 검찰이 경찰의 진압 작전에 대해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경찰이 '법과 질서'를 강조해왔고 '불법 집회를 엄단'하겠다고 밝혀오긴 했지만, 경찰이 농성자들을 '죽이려고' 진압에 들어간 건 아니다. 인화물질이 가득한 상태에서 과격한 작전을 벌인 건 사실이지만, 그게 곧바로 '살인 의도'의 증거가 아닌 이상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어디까지나 과실치사다. 진압 작전에서 경찰의 과실이 있었는가, 그게 6명의 죽음을 불러올 정도로 직접적인 과실이었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까지 물을 수 있는가, 직관적으로 답하긴 쉬워도 법적으로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기소 후의 공소유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만에 하나 검찰이 경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고 해도, 그것이 경찰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범죄자일지라도 지켜줘야 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수사기관으로서의 '행정적 책임', 국가기관으로서의 '정치적 책임', 결과적으로 6명의 희생자를 낸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이 여전히 남는다. '법적 책임'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든, 다른 책임들은 전혀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MB의 방침은 무책임하다. 6명이나 숨진 데 대해 아직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사람도 없고 책임진 사람도 없다. 법적 책임이 어떻든 최소한의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철거민들이 다시 이런 농성을 벌이는 일이 없도록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게 지도자로서의 책임 아닐까.
연일 검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유족들도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안타깝다. 김석기, 원세훈을 구속하라고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구속할 수 있는 혐의도, 그걸 입증할 증거도 마땅치 않은 게 냉정하지만 현실이다. 또 농성자들이, 그 처지의 절박함을 떠나서, 실정법상 불법 행위를 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상주까지 구속한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하지만 점거 농성을 하면 구속을 각오해야 한다는 건 농성 전에도 모두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법적 책임에 대한 검찰 판단만을 바라보면서, 정작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안 논의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일이 이렇게 된 책임은 검찰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정부에 있을 것이다. 정부의 책임 의식이 너무나도 희박하다.
검찰은 수사기관이다. 수사는 사건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그게 처벌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작업이다. 그러니 검찰의 역할은 행위자들이 형법적 책임을 져야 할만한 행동을 했는지 규명하는 데 그칠 수 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 검찰 수사가 그 범위를 넘어선다면 권한 남용이다.
이런 한계를 인정한다면 검찰이 경찰의 진압 작전에 대해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경찰이 '법과 질서'를 강조해왔고 '불법 집회를 엄단'하겠다고 밝혀오긴 했지만, 경찰이 농성자들을 '죽이려고' 진압에 들어간 건 아니다. 인화물질이 가득한 상태에서 과격한 작전을 벌인 건 사실이지만, 그게 곧바로 '살인 의도'의 증거가 아닌 이상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어디까지나 과실치사다. 진압 작전에서 경찰의 과실이 있었는가, 그게 6명의 죽음을 불러올 정도로 직접적인 과실이었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까지 물을 수 있는가, 직관적으로 답하긴 쉬워도 법적으로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기소 후의 공소유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만에 하나 검찰이 경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고 해도, 그것이 경찰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범죄자일지라도 지켜줘야 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수사기관으로서의 '행정적 책임', 국가기관으로서의 '정치적 책임', 결과적으로 6명의 희생자를 낸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이 여전히 남는다. '법적 책임'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든, 다른 책임들은 전혀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MB의 방침은 무책임하다. 6명이나 숨진 데 대해 아직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사람도 없고 책임진 사람도 없다. 법적 책임이 어떻든 최소한의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철거민들이 다시 이런 농성을 벌이는 일이 없도록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게 지도자로서의 책임 아닐까.
연일 검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유족들도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안타깝다. 김석기, 원세훈을 구속하라고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구속할 수 있는 혐의도, 그걸 입증할 증거도 마땅치 않은 게 냉정하지만 현실이다. 또 농성자들이, 그 처지의 절박함을 떠나서, 실정법상 불법 행위를 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상주까지 구속한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하지만 점거 농성을 하면 구속을 각오해야 한다는 건 농성 전에도 모두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법적 책임에 대한 검찰 판단만을 바라보면서, 정작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안 논의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일이 이렇게 된 책임은 검찰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정부에 있을 것이다. 정부의 책임 의식이 너무나도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