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야기
한국 사회의 이념적 성향
술이부작
2011. 8. 30. 21:14
(2005년 10월 13일에 썼던 글입니다.)
오늘 서울대에서는 '해방 60년, 한국사회의 계층구조와 그 변화'라는 제목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것은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최 광복 60주년 기념 연속 강연회의 일부인데, 연합뉴스에 간단하게 보도된 것 이외에는 대부분의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것 같다. 그럴만한 것이, 내용이 대개 상식적으로 예측 가능한 수준의 것이어서(농민층 감소, 노동자 계급 증가, 중간계급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증가 등. 물론 이 '상식'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자료와 씨름해야 하지만) 기사 가치가 적었을 것이다.
[관련기사] "산업화 거치며 `중간계급' 증가"
연합뉴스 기사는 발표문을 잘 요약하고 있지만, 여성과 관련한 통계는 싹 빠져있다. 어쨌든 지금 찾아본 결과로는 이 기사를 받아 보도한 것은 조선일보가 유일한 것 같다.
[관련기사] "나는 보수층이다" 많이 늘었다
기사 내용은 그대로인데 제목이 살짝 바뀐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고, 댓글을 보니 조사 시점이 90년과 02년인데 '노무현의 자충수로 수구꼴통이 늘었다'고 하는 사람조차 있다. -_-; 어쨌든, 해설 없이 통계만 나열한 이 기사를 조금 더 살펴보자.
조사 내용은 응답자의 '주관적' 이념 성향을 물은 것이다. 즉, 자기가 스스로 어떤 이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것이다. 무엇이 보수이고 진보인지는 완전히 응답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그러니 자기가 진보라고 답한 사람도 사실은 보수적일 수 있고, 보수라고 답한 사람이 실제로는 전혀 보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조사 방법은 5점 척도를 이용하여 1,2를 고르면 보수, 3은 중도, 4,5는 진보, 이런 식이다.
다시 말해서, 응답자들이 갖고 있는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을 알아본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겠지만, 이것으로 '우리나라엔 보수가 더 많다!' '진보가 더 많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물론 개인적으로는 아마 아직은 보수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조사 결과는 90년에 보수가 38%, 중도가 41%, 진보가 21%이던 것이 02년에는 각각 48%, 26%, 25%로 변화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중도파가 분열하여 (주로) 보수로, 일부는 진보로 각각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표를 맡았던 홍두승 교수는 약간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1990년의 한국 사회에서 이념적 성향이라는 것은 별로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민주화 투쟁의 기억이 물론 있었지만, 사람들은 스스로를 어떤 성향이라고 규정짓지 않았다. 즉, 90년 조사에서의 중도는 스스로의 이념을 자각하지 못한 집단으로, 사실상 '무이념'이라고 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98년 김대중 정권 이후로 변화하였고, 이념 문제가 정치에서 점차 중요하게 거론되면서 사람들은 서서히 자신들의 이념적 성향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02년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보수층의 증가로 인한 양극화'는, 실제 이념적 지형이 크게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자기 인식이 변하여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02년 촛불시위의 경험을 감안하면 지금 다시 조사를 할 경우 수치는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끝으로, 그는 연령이나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과 상관 없이 대다수(70% 이상)의 사람들이 현재 한국 사회를 '보수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늘 서울대에서는 '해방 60년, 한국사회의 계층구조와 그 변화'라는 제목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것은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최 광복 60주년 기념 연속 강연회의 일부인데, 연합뉴스에 간단하게 보도된 것 이외에는 대부분의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것 같다. 그럴만한 것이, 내용이 대개 상식적으로 예측 가능한 수준의 것이어서(농민층 감소, 노동자 계급 증가, 중간계급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증가 등. 물론 이 '상식'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자료와 씨름해야 하지만) 기사 가치가 적었을 것이다.
[관련기사] "산업화 거치며 `중간계급' 증가"
연합뉴스 기사는 발표문을 잘 요약하고 있지만, 여성과 관련한 통계는 싹 빠져있다. 어쨌든 지금 찾아본 결과로는 이 기사를 받아 보도한 것은 조선일보가 유일한 것 같다.
[관련기사] "나는 보수층이다" 많이 늘었다
기사 내용은 그대로인데 제목이 살짝 바뀐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고, 댓글을 보니 조사 시점이 90년과 02년인데 '노무현의 자충수로 수구꼴통이 늘었다'고 하는 사람조차 있다. -_-; 어쨌든, 해설 없이 통계만 나열한 이 기사를 조금 더 살펴보자.
조사 내용은 응답자의 '주관적' 이념 성향을 물은 것이다. 즉, 자기가 스스로 어떤 이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것이다. 무엇이 보수이고 진보인지는 완전히 응답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그러니 자기가 진보라고 답한 사람도 사실은 보수적일 수 있고, 보수라고 답한 사람이 실제로는 전혀 보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조사 방법은 5점 척도를 이용하여 1,2를 고르면 보수, 3은 중도, 4,5는 진보, 이런 식이다.
다시 말해서, 응답자들이 갖고 있는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을 알아본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겠지만, 이것으로 '우리나라엔 보수가 더 많다!' '진보가 더 많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물론 개인적으로는 아마 아직은 보수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조사 결과는 90년에 보수가 38%, 중도가 41%, 진보가 21%이던 것이 02년에는 각각 48%, 26%, 25%로 변화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중도파가 분열하여 (주로) 보수로, 일부는 진보로 각각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표를 맡았던 홍두승 교수는 약간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1990년의 한국 사회에서 이념적 성향이라는 것은 별로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민주화 투쟁의 기억이 물론 있었지만, 사람들은 스스로를 어떤 성향이라고 규정짓지 않았다. 즉, 90년 조사에서의 중도는 스스로의 이념을 자각하지 못한 집단으로, 사실상 '무이념'이라고 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98년 김대중 정권 이후로 변화하였고, 이념 문제가 정치에서 점차 중요하게 거론되면서 사람들은 서서히 자신들의 이념적 성향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02년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보수층의 증가로 인한 양극화'는, 실제 이념적 지형이 크게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자기 인식이 변하여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02년 촛불시위의 경험을 감안하면 지금 다시 조사를 할 경우 수치는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끝으로, 그는 연령이나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과 상관 없이 대다수(70% 이상)의 사람들이 현재 한국 사회를 '보수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