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월드컵이 시작됩니다. 과연 홍명보호는 지난 남아공 월드컵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넘어설 수 있을지, 앞으로 몇 주간 온 국민이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게 될 텐데요, 주관적으로야 우리나라가 8강도, 4강도 갔으면 좋겠지만 기적이 항상 일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객관적으로 우리나라가 거둘 성적은 어느 정도가 될까요?
독일 인스부르크(Innsbruck) 대학 연구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모두의 성적을 시뮬레이션해봤다고 합니다. 아저씨들이 술집에서 심심풀이로 해볼법한 이 작업에 무려 경제학과, 통계학과, 공공재정학과의 3개 학과가 달라붙었습니다. 이래뵈도 유로 2008 결승 진출팀,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유로 2012 우승팀을 모두 맞춘 내공있는 연구팀입니다.
결과를 소개하기에 앞서 어떻게 나온 예측인지 간단히 적어보자면(관심 없으신 분은 패스~), 기본 자료는 감독이나 선수의 능력도, 피파 랭킹도 아닌 '도박사들의 베팅 확률'입니다. 전세계 22개 베팅 사이트가 매긴 본선 진출국들의 배당률에서 사이트 측 마진을 빼서 '순수한 우승 확률'을 구한 뒤, 여기 로그 함수를 적용해서 평균을 내고, 해당 국가가 우승했다고 가정한 뒤 '역 토너먼트' 방식으로 10만 번 시뮬레이션을 해서 각 단계별 진출 확률을 구했다고 하는데요, 구체적인 방법은 저도 수학을 못 해서 이해가 안 가고, 궁금하신 분은 원문(클릭)을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먼저 기다리셨던, 우리나라가 속한 H조의 경기 결과 시뮬레이션을 보시겠습니다.
파란색이 벨기에, 분홍색이 러시아, 녹색이 우리나라, 황토색이 알제리입니다. 가로축은 왼쪽부터 16강, 8강, 4강, 결승, 우승이고요, 세로축은 확률입니다. 보시다시피 H조에서는 벨기에와 러시아의 16강 진출 확률이 높게 나타났고요, 우리나라는 40% 남짓한 수준이네요. 그래도 50%보다는 높게 나왔으면 했는데, 기대에는 못 미치는 예상입니다. ㅜㅜ
다른 조의 결과도 한 번 볼까요? A조부터 차례로 보겠습니다.
역시 브라질입니다. 16강 진출 가능성은 거의 100%에 육박하고, 우승 확률도 20%를 넘고 있습니다. 남은 16강행 티켓 한 장은 멕시코와 크로아티아가 놓고 다툴 가능성이 크군요.
B조입니다. 역시 스페인이 80%의 확률로 무난하게 16강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고, 네덜란드와 칠레가 조 2위를 놓고 경합을 벌일 거라는 예상이네요.
C조입니다. 콜롬비아가 조 1위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트디부아르와 일본은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크게 뒤처지지 않아서 2위 싸움이 치열하겠네요.
죽음의 조 D조입니다. 이탈리아, 우루과이, 잉글랜드 모두 거의 같은 승률을 보이고 있어 엄청난 혼전이 예상됩니다. 강팀들 틈바구니에 낀 불쌍한 코스타리카가 승점 쌓기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E조는 프랑스의 16강행이 무난하겠네요. 스위스와 에콰도르가 남은 티켓을 두고 다투겠습니다.
F조에는 아르헨티나라는 절대 강자가 있습니다. 16강은 거의 따논 당상이고, 우승 확률도 20% 가까이 되네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나이지리아가 2위 싸움을 벌이겠고요, 이란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G조. 독일과 포르투갈이 사이좋게 16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가장 크고요, 미국과 가나가 의미 없는 3위 싸움을 벌이게 되겠네요.
조별 리그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셨는데요, 이어서 각국별 우승 확률 순위도 한 번 볼까요? 확률이 특히 높은 상위 4개 팀을 살펴보면,
1. 브라질 22.5%
2. 아르헨티나 15.8%
3. 독일 13.4%
4. 스페인 11.8%
이런 순위가 나왔습니다.
일본의 우승확률은 0.6%, 대한민국은 0.2%(26위)로 나타났습니다. 꼴찌는 온두라스(0.0%)네요.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는 저희로서는 그리 반가운 예상은 아닙니다만,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고, 경기가 통계대로 진행되는 건 아니니까요. 연구팀도 두 가지 단서를 붙였는데요, 1. 가장 높은 브라질의 우승 확률조차 20%대에 불과하다, 2. 각 조 최약체로 평가되는 팀도 16강 진출 확률이 20%대에 달한다 - 따라서 얼마든지 이변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연구팀의 예측이 얼마나 맞을지, 곧 개막할 월드컵에서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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