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이야기2011. 8. 29. 21:16
(2005년 1월 28일에 썼던 글입니다.)


일본이 보는 한국
 
※ 이 글은 기무라 칸(木村幹)의 <한반도를 어떻게 볼까朝鮮半島をどう見るか>를 요약한 것입니다. 본문중의 '조선반도', '북조선', '일한', '일조'는 각각 '한반도', '북한', '한일', '북일'로 옮겼으며, '조선', '조선인'은 1945년 이전을 지칭할 경우는 그대로 '조선', '조선인', 그 이후일 경우는 경우에 따라 한국, 한반도, 한국인 등으로 옮겼습니다.

 
0. 프롤로그 - 한반도 특별 세미나
 
- 교수님, 들어가도 됩니까?
 
나는 서일본에 있는 대학원의 교수로 근무중이다. 대학 교수는 흔히 꽤나 편안한 직업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학내 여러 회의, 학생 연구 지도, 회의 보고 준비, 원고 청탁 등으로 편안히 잠잘 새도 없다.
 
그러나 때로는 흔히 말하는 '대학 교수'다운 날도 있다. 그럴 때면 산 중턱의 연구실에서 비싸지 않은 커피나 홍차를 마시며 평소 읽고싶던 책을 읽는다. 물론 노는 것은 아니다. 교육, 연구, 여러 정보 발표 등을 위해 미리 지식을 쌓으며 내 나름의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갑자기 손님이 찾아와 나의 '바쁜 시간'을 끊는 것이다. 다행히 역에서 30분은 언덕을 올라 물어 물어 와야 하는 연구실을 찾는 학생들은 한반도에 대해 내가 연구한 만큼의 조사는 하고 온다. 어떤 학생은 어딘가에서 발견한 내 책에 메모를 하고 줄을 쳐가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기도 했다.
 
때문에 나도 될 수 있는 한 시간을 내어 '손님' 접대에 시간을 내고 있다. 커피와 차를 내놓고 소파에 마주 앉는다. 전공이 한반도이니 대화도 자연 그것에 관해 하게 된다. 열성인 학생과는 뜨거운 토론으로 어느새 날이 저물 때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얘기해도 한반도에 관한 모든 것을 하루만에 이야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부러 연구실까지 찾아온 학생에게는 기존에 쓴 책에 없는 것, 다른 교수가 해주지 않는 이야기, 서점과 도서관의 자료에서 찾을 수 없는 것, 조금 다른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조금 균형이 맞지 않아도, 내 연구실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찾아온 학생이나 독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어느새 연구실을 찾는 학생을 위한 '특별 세미나'를 개설한 셈이다. 오늘도 그런 학생 하나가 찾아온 것 같다. 언제나처럼 문을 열고, '1일 특별 세미나'를 시작해보자.
Posted by 술이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