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야기2013. 4. 3. 18:02

※ 북한 전문가인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 대학 동아시아연구소장의 전망입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우발적인 국지 도발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으면 북한은 유화 정책으로 돌아올 것이고, 한·미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이후 상황도 달라질 것이라고 하네요.


걱정되는 건 북핵 문제는 미·중 합의로만 풀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또 다시 외국의 결정에 좌우되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닐까요. 프랑크 교수의 관점이 틀렸기를 바랍니다만, 우리가 어떤 정책과 대안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인터뷰는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 4월 2일자에 실렸습니다.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오역 지적 환영합니다.



-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 남한·미국과 벌이고 있는 갈등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은은 국가 수반으로서 젊고, 폭넓은 경험도 없다. 김정은이 독자적인 결정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자문 그룹이나 막후 실세의 노선을 따라가고 있는 건가?

프랑크 : 아무도 나라를 혼자서 통치할 순 없다. 김정은도 똑같이 참모들이 있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첫 해인 2012년에 이미 많은 관찰자들은 그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따라서 김정은은 최소한 언젠가부터 북한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은 예측 가능한 인물인가?

프랑크 : 난 김정은이 비합리적이라고 볼만한 어떤 근거도 없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지금까지 김정은은 특별히 비합리적이라고 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혹시 실수를 했을지는 모르지만, 김정은이 추구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북한 인민의 생활 수준 향상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합자회사 설립, 일련의 새로운 경제 프로젝트 등과 같은 일관된 정책을 취해왔다. 문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도, 더 큰 경제 개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전체 그림을 놓고 보면 꼭 맞아 떨어진다.


- 남한·미국과 겪는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성은?

프랑크 : 한반도에선 어마어마한 군사력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전면전을 벌일 계획은 어떤 경우든 알려진 바 없다.


- 북한은 최근 핵무기를 방어 수단으로 보유한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핵무장 노선을 중단할 수 있을까?

프랑크 : 아니다. 북한은 핵무장 정책을 더 이상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재래식 전력으로는 미국을 상대할 수 없다는 점을 안다. 따라서 안전 보장 수단으로서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이미 50년 전부터 계속돼온 것이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이제 핵보유국인 북한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동맹국이지만 지금은 평양의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긴급 사태가 일어난다면 중국은 어떻게 행동할까?

프랑크 : 중국은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경제 지원에 의존하고 있고, 북한 상품의 시장으로서도 중국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영향력이 있다. 단지 어느 정도까지는 방관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중국 자신의 정치적 이익 때문이기도 한다. 그 편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중국과 미국의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때문에 두 강대국이 대결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을 안정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 그러면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보다 더 신뢰할 때만 해결될 수 있다는 건가?

프랑크 : 양국이 언제든 그렇게 한다면, 가능할 거다.


- 북한은 핵무장 능력을 발전시키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경제개혁을 추진했던 사람을 총리로 임명했다. 이런 정책이 어떻게 서로 조화될 수 있나? 외국의 투자 없이 북한 경제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프랑크 : 두 정책은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한 쪽은 강한 모습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지 얼마 안 됐고, 북한의 불안정을 염려해 자신의 승부수를 띄웠다. 김정은은 자신이 나라를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김정은은 외국에도 힘을 과시했고, 북한은 이런 눈높이에서만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는 점을 명백히했다.


- 북한 핵문제의 다음 단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프랑크 : 위기의 정점은 벗어났다고 보고 싶다. 보통 북한은 위협을 가하는 시기가 지나면 다시 긍정적인 제안을 해왔다. 다음은 상대편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거부하느냐에 달렸다.

Posted by 술이부작